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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피지컬 코치' 이재홍, "한국, 운동량 너무 많다"

youngsports 2015. 11. 12. 14:30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브라질 격파와 조별리그 무패. 16강에서 진격을 멈췄지만 대한민국 U-17 대표팀이 ‘2015 FIFA 칠레 U-17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는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의 이승우가 가진 개인 기량에서 시작한 관심은 다른 U-17 유망주와 최진철 감독의 리더십, 그리고 이재홍 피지컬 코치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피지컬 코치가 주목 받은 것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과정에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운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이케다 세이고의 전례가 있다. 한국인 피지컬 코치가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레이몬드, 한국의 세이고를 꿈꾸며 둘의 지도를 받은 이재홍 피지컬 코치는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한국 피지컬 트레이닝의 기틀을 잡고 있는 인물이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대구공고와 배재대를 나온 이재홍 코치는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경력을 마치고 공부에 투신했다. 세종대학교에 편입해 운동생리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박사 과정 휴학 중에 있다. 운동이 아닌 공부로 이룬 성취를 통해 흔치 않은 선수 출신 피지컬 코치의 길을 걷고 있다.


2007년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잉글랜드 8부리그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고, 서울대 축구부와 세종대 축구부의 U리그 코치로 일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이재홍 코치는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회 피지컬 코치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U-13 대표팀부터 올림픽 대표팀, 여자 대표팀에 이르기 까지 이재홍 피지컬 코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음지에 있던 이재홍 코치는 U-17 월드컵을 통해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숨겨져 있던 이재홍 코치의 이야기를 ‘풋볼리스트’가 담아왔다. 한국 피지컬 트레이닝의 현실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가감 없이 전한다.


▶ U-17 월드컵과 이승우 피지컬 논란의 진실

Q. 벨기에와 16강전은 아쉬웠지만, 조별리그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인 끈기와 체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른 팀보다 체력적으로 다른 팀에 앞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체력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최진철 감독님께서 조직적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이셨다. 조직력이 좋다 보니 쓸데 없이 뛰는 경우가 없었다. 다른 팀은 개인 기량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면서 팀 밸런스가 많이 깨졌다. 그러면서 우리가 체력적으로 우세해 보인 것이다.


Q. U-17 대표팀의 체력이 좋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았던 것인가?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심박수 모니터링 결과를 정리했는데, 아주 좋았다. 이렇게 까지 좋은 적이 없었다. 최종 소집 다음 날, 한국에서 체력 운동 가장 힘들 때, 미국에서 시차적응이 아직 안되 었을 때, 시합 3일전. 이렇게 4번 체크했다. 요요 테스트를 했는데 딱 25회만 뛰고 난 뒤 직후 1분 후, 3분 후 심박수가 떨어지는 것을 체크했다. 체력 운동을 하면 힘들다. 심박수가 잘 회복이 안 된다. 빨리 떨어지는 것은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체크했을 때 완전히 다 떨어졌다. 90분 경기에 스프린트를 100번 하는 선수가 있고, 60번 하는 선수가 있다. 100번 뛸 수 있다는 것은 뛰고난 이후 중간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축구에 적용한다면 프레싱을 100번 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기는 것이다.


Q. 이런 체력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유산소와 지구력이다,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많이했다. 이런 부분을 만들고 나선 유무산소 운동, 젖산, 마지막에 파워 트레이닝을 한다. 수원컵에서 경기력도 안좋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앞서 8월에 목포 소집 훈련에서 이런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체력 운동을 따로 했다기 보다는, 축구적 훈련을 넣어서 했다. 이런 훈련의 한 사이클을 가지고 간 것이다. 첫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에 정말 힘들었고, 그 시점에 수원컵을 치르다 보니 안하던 실수가 나왔다.

Q. 체력 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스프린트 훈련을 한다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두고 동시에 쭉 뛰어가게 한다. 그냥 뛰고 끝나면 스프린트인데 마지막에 수비수와 2대1 상황을 만들어서 골을 넣는 게임을 한다. 축구 훈련에 유무산소 파워트레이닝을 섞어서 하는 것이다. 점프하고 스프린트하고, 터닝하고 볼 터치를 하게 한다. 육상선수가 아니고 축구선수이니 훈련 중에 판단하는 부분을 집어 넣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바란 것은 체력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느끼지 않게 만들고 싶다. 골을 넣는 훈련을 한다고 하면, 뛰어나 찬스가 오게 한다. 뛰지 않으면 찬스가 안 온다. 이런 식으로 유도한다.


Q. 체력 훈련을 대부분 공과 함께 하는 것 인가?
선수들에게 피지컬 훈련을 한다고 얘기 하지 않는다. 우리는 축구 훈련을 한다. 워밍업을 할 때도 항상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에 맞춰 준비한다. 공수 전환 빠르고 볼 소유할 수 있는 축구다. 워밍엄에도 항상 볼 컨트롤과 패스를 넣어서 했다. 선수들도 공을 차며 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선수들의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이니 나도 재미있었다. 워밍업은 웃으며 재미있게 했다.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으로 했다.

술래잡기나, 두 명씩 짝을 이뤄 하는 게임 등 많다. 축구 골프도 있고. 술래잡기는 공의 유무에 따라 두 방식이 있다. 센터서클 안에 술래를 세 명 둔다. 선수가 혼자 있으면 잡을 수 있고, 두 명이 되어 붙으면 못 잡는다. 볼을 가지고 할 때는 볼을 가진 사람은 술래가 못 잡는다. 술래가 공 없는 선수를 잡으러 가면 패스를 주고, 또 다른 선수를 잡으러 가면 패스 주는 식으로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운동의 시작이다. 워밍업을 딱딱하게 하면 그날 훈련이 계속 딱딱하게 간다. 그래서 워밍업을 즐겁게 하려고 한다.


유럽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축구의 기술적 부분과 피지컬 부분은 분리하지 않는다. ‘풋볼 액션’이라고 하는 패스, 드리블을 피지컬 훈련과 포함해서 진행하고 있다. 축구를 하면서 피지컬을 향상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피지컬이라고 하면 그냥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기술 좋은 선수의 특징이 코디네이션이 좋다는 것이다. 코디네이션은 자기 몸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다. 세계적 선수처럼 하고 싶으면 그런 몸을 만들어야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피지컬 훈련이 기본이다.


코디네이션은 일반적인 훈련이 있고 축구에 전문화된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사다리를 놓고 스텝을 하는 것은 정말 기본인 것이다. 어려운 움직임을 하면서 절묘하게 공을 컨트롤 하는 움직임을 훈련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코디네이션 훈련을 하면서 바로 볼을 터치하게 하면 연계가 된다. 선수들에게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 훈련을 왜 하냐고 물어본다. 영상을 보여주고 이해를 시킨다. 그러면 안되던 움직임이 많이 된다.


Q. U-17 대표팀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의 이승우다. 이승우에겐 피지컬 논란이 계속 따른다. 피지컬 코치가 본 이승우는 어떤가?
승우를 보면 내가 이때까지 피지컬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고자 생각한 부분을 다 하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된다더라. 이승우와 장결희는 그런 움직임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좋은 존재다. 이 선수들은 내가 생각하는 움직임 패턴이 이미 다 되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그게 눈에 보이니 그렇게 하려고 하게 된다.

물론 자기가 혼자 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이번 대회 우리 공격수들이 보인 아쉬움인데, 그런것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다 그러더라. 이승우는 순간적으로 공을 잡고 다음 상황으로 가는 폭발력이 굉장히 좋다. 선수들에게 스피드 변화 주라는 주문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좋다. 그게 바로 폭발력이다. 수비 움직임은 아직 아쉽지만 많이 좋아졌다. 이런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약하기 보다는, 승우 같은 유형의 선수가 없다.

교육의 문제다. 우리 때도 좋은 선수가 많았다. 축구는 피지컬 뿐 아니라 모든 게 중요한데, 심리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 지도자 중 상당수가 애들이 튀면 눌러버리니 좋은 선수들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나도 예전에 선수를 하던 시절, 고등학교 1학년 때 브라질 파울리스티냐 축구학교에 3개월 유학을 갔었다. 그때 축구가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드리블을 좋아하는데 브라질에서는 드리블 해도 뭐라고 안하더라.


한국과 가장 크게 달랐던 일화가 있다. 경기에 뛰면서 내가 못한다고 생각 하지 않았는데 몇 경기째 경기 도중 교체하더라. 말이 안 통해서 포르투갈어를 나름 하는 후배와 같이 가서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다. ‘축구를 너 혼자 하냐’고 하더라. 드리블을 하다가 뺏겼는데 왜 수비를 하지 않느냐.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선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뺏기면 수비를 해야 다른 선수들이 더 편하게 축구 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을 해줬다. 그 다음 경기부터는 드리블 하다가 뺏기면 수비를 하러 갔다. 한국에서 드리블을 하다 뺏기면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선수들이 도전을 안한다. 브라질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풀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지시하기 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이야기하고 같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케다 세이고 코치도 그렇게 선수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한국에선 승우 같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 우리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걸 주려고 한다. 가끔은 그냥 편하게 놔두고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성적이 너무 중요한 구조라 너무 틀에 박힌 시스템으로 가르치게 된다.


세이고 코치의 훈련을 처음 보면 별거 없는 것 같다는 생각 처음엔 했는데, 항상 선수들이 생각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 많이 했다. 선수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선수들이 힘들면 같이 힘들어하고 울면 같이 울어주더라. 아빠 같은 지도자였다. 나도 결희, 재영이, 대원이, 김승우 등이 다 다쳤을 때 내 방에 모여서 같이 울었다.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 강한 마음이 강한 몸을 만든다. 강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어떤 생각하는지 들어야 하고, 선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지, 내 방식이 달라도 선수들이 생각한 것이 정답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함께 소통해야 한다.


▶ 피지컬 트레이닝의 이해

Q. 단기 대회와 장기 리그는 준비가 다를 것 같다. 어떤 사이클로 준비하나?
팀 상황 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6주다. 우리는 대표팀이라 4주정도 했다. 소집이 대회 첫 경기 한 달 전 부터다. 이 4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수원컵 시기에 10일 정도 소집했을 때 유무산소와 파워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었다. 앞서 목포에서 유산소를 해놨다. 미리 해두면 대회에 쓸 수 있는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훈련을 많이 한다기 보다는, 피지컬 트레이닝 전문 용어로 ‘주기화’라고 하는 부분이다. 계속해서 훈련하며 힘들 수 있지만 최종 소집에는 몸이 회복된다. 떨어진 체력이 올라올 때 강해진다.


Q. 리그를 치르는 클럽팀의 경우에는 어떻게 체력을 만드나?
시즌 준비할 때는 주기화 모델 자체가 다르다. 강팀과 약팀의 경우 차이가 있다. 맨시티나 레알 등 정말 좋은 팀의 경우 첫 경기에 맞추지 않는다. 프리시즌에 쭉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즌을 하면서 꾸준히 올린다. 1주차와 2주차, 3추자로 가면서 스몰 사이드 게임의 강도를 높이는 식이다. 레알 현직 피지컬 코치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7대7 게임을 하는 경우 1주차에는 3분씩 5세트를 진행하는데, 세트 사이 휴식 시간을 2분으로 둔다. 2주차에는 휴식 시간을 1분 30초로 줄인다. 회복 시간을 줄이면 강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3주차에는 게임 시간을 3분 30초로 늘리고 휴식 시간을 2분으로 둔다. 이런 식으로 점점 올리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있다.


Q. 피지컬 코치는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 선수 출신으로는 흔치 않은데?
한국 선수들은 몸이 딱딱하다. 실수도 있고, 쓸데 없는 움직임도 많다. 어려서부터 선수들의 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나보다 먼저 선수 출신으로 배명호 선생님이 계셨다. 하시는 것을 보고 배우기도 했고, 기본 골격에 내가 생각한 것들을 살로 붙여가며 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공부할 때 파트타임으로 팀을 도왔고, 세종대 축구부의 U리그 참가 당시 수석코치도 경험했다. 서울대 같은 경우 전문 선수들은 아니지만 U리그에 참가하던 팀이기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세종대는 약팀이었지만 엘리트 출신 선수들이기에 준비한 것들의 성과도 나오고 재미도 있었다.

Q. 선수 시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선수였나?
이영표 선수를 제일 좋아했다. 선수로 제일 좋은 기억은 사실 U-17 대표로 뽑혔을 때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건국대와 경기를 했는데, 그때 건대 감독님이 경기가 끝나고 살짝 부르더라. 이름이 뭐냐고 물으시더니 ‘이 녀석 영표랑 똑같은데’라고 하시더라. 그때가 제일 좋았다. 난 3-5-2 포메이션 왼쪽 윙백이나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를 봤다. 난 오른발 잡이다. 원래 오른발 잡이가 왼쪽에서는 드리블하기 편하다.


Q. U-17 대표로 뽑혔던 기억은?
그때는 U-17 월드컵이 없었다. 우리 한 해 아래부터 생겼다. 내가 뽑혔을 때는 일본 니기타에서 열린 친선 대회에 나간 것이다. 그때는 내가 축구를 잘 몰랐다. 나는 대표 선수가 됐으니 내가 가진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에게 그게 안 좋게 보였던 것 같다. 가기 전 연습 경기에는 뛰었는데, 정작 대회에서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마음이 힘들었다. 마지막 3/4위전에 교체로 들어갔다. 어시스트를 하나 했다. 재미있었다. 사실 내가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운이 좋아서 뽑혔다고 생각한다.


Q.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었다. 어떤 부상이었나?
대구공고를 나왔다. 신태용 감독님이 우리 학교 선배시다. 신 감독님 시절에 전국 대회는 우승했지만 전국체전에는 못 나가봤다. 내 한 해 선배가 곽태휘 선수다. 멤버가 좋았다. 첫 출전이니 감독님 입장에서 준비를 많이 하셨다. 운동량이 엄청 많았고, 아픈데도 참고 했다. 시합 중에 무릎이 펴진 상태에서 부딪혀서 왼쪽 무릎 연골이 다 나갔다. 그때 수술을 했어야 하는 데 중요한 시합이 많았다. 한 달간 재활을 하고 시합 하루 전에 나가서 뛰었다. 결국은 졌다. 지고 나서는 바로 동계 훈련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이라 쉬면 안된다는 분위기라 참고 했다. 그게 아쉬웠다.

예전에는 감독님을 원망했다. 그 당시에는 진학 예정이던 대학교도 어긋나고, 실망도 많이 했다. 실망만큼 원망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감독님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셨다. 감독님 개인의 문제 아니라 한국 시스템의 문제다.


Q. 학원 축구, 유소년 팀에도 피지컬 코치가 있었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때와 달리 지금은 재활 센터가 많아서 재활하기는 좋다. 다만 재활은 부상을 이미 당한 뒤에 하는 것이다, 문제는 예방하는 차원이다. 이 부분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지금 학원 축구 현장에서도 코어 트레이닝이나 기본적 근력 운동은 다들 하고 있다. 그러나 매탄고(수원삼성 유스)와 서울 오산중고(FC서울 유스)에만 피지컬 코치가 있다. 나머지는 없다.


Q. 오히려 유소년 시기에 피지컬 트레이닝이 중요한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항상 제일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대표팀 소집은 짧다. 선수들이 소속팀에 갔다가 돌아오는 면 소집 때 만들었던 부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계속 반복된다. 소속팀에서 피지컬 트레이닝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피지컬 코치가 있는 매탄고나 오산중고는 그 코치들과 얘기하면서 선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발전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적용한다.


매탄고 피지컬 코치와 같이 심혈 기울인 선수가 박상혁이다. 작년에 매 소집 때마다 상혁이의 인바디를 계속 체크했는데 근육량이 늘지 않더라. 다른 친구들과 운동 강도를 같이 한 것이 문제였다. 다른 선수들 보다 상혁이는 체구가 작다. 성장하려면 근육을 쓰는 것 이상으로 섭취를 하고 보충해야 한다. 다른 선수의 몸이 100이나 120이면 상혁이는 80정도다. 몸이 80인데 100의 운동을 하면 성장이 안된다. 그래서 피지컬 코치와 상의를 하고 나서 김대의 매탄고 감독님께 얘기해서 가능하면 상혁이의 운동량은 다른 친구와 다르게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는 인바디 체크해보니 근육량이 늘었고 더 파워풀해졌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확실히 좋다.

▶ 한국 축구는 훈령량이 너무 많다

Q. 운동량을 줄여야 성장한다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몸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의 운동 강도는 유스 팀 같은 경우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다만 회복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먹는 것 보다 에너지를 더 써야 지방이 빠지고 살이 빠진다. 운동한 뒤에 쓴 에너지 보다 덜 채워 넣게 되면 회복이 안된다.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중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분들도 같은 부위를 이틀 연속 하지 않는다. 근육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날은 상체, 다음날은 하체를 하는 식이다. 근육이 크지 않고 몸이 강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대표팀과 소속팀의 훈련 스타일은 다르다. 그 부분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선수는 나중에 1억, 10억, 100억의 선수로 키울 수 있다. 그런 잠재력을 가진 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피지컬 코치의 월급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나중에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관리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Q.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투혼을 꼽는다. 정작 월드컵 등 세계 무대에서는 체력의 열세로 졌던 기억이 많다.
피지컬 쪽으로만 말씀을 드리자면 한국 축구는 운동량이 너무 많다. 유소년이나 성인 축구 모두마찬가지다. 운동량이 너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월드풋볼 아카데미에 참가했을 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의 훈련 스케줄을 봤다. 우리나라는 토요일에 경기를 하면 월화수목금을 훈련하고 토요일에 경기한다. 일요일에 쉴 때도 있고, 회복만 하고 월요일에 쉴 때도 있다. 유럽 팀들은 토요일 경기를 하면 일요일에 회복 운동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에 몸을 만든 뒤 목요일에 한번 더 쉬더라.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면 타이트하고 재미있다. 그 선수들은 우리 보다 더 많이 쉰다.


지금 레알 피지컬 코치로 있는 사비 마요는 이런 얘기를 해줬다. 소형차와 스포츠카를 비교한다면, 폭발적인 부분은 스포츠카가 크다. 기름도 스포츠카가 많이 먹는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유소년 선수는 폭발적인 힘이 안 나오지만, 성인 선수는 더 폭발적인 플레이를 한다. 그러니 성인 선수는 그만큼 더 쉬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몸이 성장하지 않았으니 기술적인 것을 위해 훈련 시간을 더 쓸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양은 더 줄여야 한다. 노장 선수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파워가 떨어진다. 그만큼 운동량도 다운 시켜주면서 근력 운동을 하고 영양보충을 잘해줘야 한다. 축구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몸이 중요하다.


Q. 한국 프로축구 팀을 보면 유럽 팀의 프리시즌보다 더 긴 동계 훈련을 한다.
피지컬 훈련 사이클을 두 개 가져간다면 그런 긴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이랜드의 댄 해리스 피지컬 코치를 좋아하는데, 지금 올 시즌을 치르면서 서울이랜드의 피지컬은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라면 경기력이다. 피지컬 훈련은 6주만 해도 충분히 몸이 올라온다. 인천유나이티드도 솔직히 동계 훈련 준비는 많이 못했는데 잘했다. 솔직히 말하면 훈련 기간이 길어지면 몸은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


Q. 부상 선수들이 유독 많은 팀들이 있다. 경기 도중 불운한 사고로 생기는 부상도 많다. 이런 부분도 예방이 가능한 부분인가?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신경 물질로 가서 근육 컨트롤 한다. 몸이 피곤하면 신경물질 생성이 느려지고, 반응이 느려진다. 반응이 느려지면 활기찬 움직임이 안 나오고 그러다 보면 선수끼리 부딪히게 된다. 그 것이 결국 부상을 부른다. 챔피언스리그를 예로 보면 8강에 올라가는 수준의 팀과 4강에 가는 팀, 결승까지 가는 팀의 통계를 통해 드러난다. 4강, 결승까지 가는 팀의 특징은 부상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수를 돌려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 탈락팀은 부상자가 많다. 뛰는 선수가 계속 뛰기 때문이다. 그것이 악순환이다.


한국의 운동량은 너무 많다. 동계 훈련을 두 달 이상 하는데, 4주나 6주 정도로 줄이고 남는 한달 여의 예산을 다른데 투자한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 예산으로 유소년 팀에 피지컬 코치를 쓰거나, 아니면 피지컬 테스트에 쓸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선수단 몸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 부족한 운동량은 프로틴이나 보충제를 먹으며 운동을 하는 것으로 얼마든 체력을 끌어올리고 만들어줄 수 있다.


유소년 축구를 보면 한국이 유럽 보다 운동량이 많다. 근데 신기한 것은 일본이 우리 보다 더 훈련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일본은 폭발적인 선수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으로 훈련한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대회도 있다. 이러면 몸을 회복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볼 소유 위주로 하는 경기를 많이 한다. 우리 같은 경우는 폭발적 플레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런 구조는 어렵다. 그래도 요즘은 훈련량에 대한 조절을 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좋은 팀들은 그렇다. 강한 팀은 이유가 있다.

▶ 한국 축구, 시스템 전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Q. 한국 피지컬 트레이닝의 세계와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많이 뒤쳐져 있다. 나도 축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선 기본기가 중요하다는것이다. 피지컬에도 기본기가 필요하다. 웨이트를 할 때도 테크닉, 정확한 자세, 움직임 등에 대한 세세한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 영국 축구 협회 피지컬 코스를 가서 보니 청소년 대표 선수들도 엄청나게 운동을 한다. 웨이트를 잘한다고 축구 잘하는 것 아니지만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유럽 선수들의 근육 형성과 몸 상태가 우리와 확실히 다르다. 우리도 웨이트를 하기는 하지만 개인이 알아서 하고 있다. 유럽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웨이트를 시킨다.


유럽 팀을 보면 피지컬 코치가 아니라, 스포츠 사이언스 팀을 갖추고 있다. K리그는 감독, 코치, 피지컬 코치, 의무 트레이너로 구성되었다. 맨체스터시티를 예를 들면 피지컬 코치가 1군에만 세 명이다. 연령별 팀에도 다 있다. 거기는 감독, 코치, 피트니스 코치, 스트렝스 앤 컨디션 코치(근력 운동 및 부상 예방)과 피지컬 테라피스트가 있다. 우리는 피지컬 코치 한 명이 다 한다. 예산의 문제도 있지만, 피지컬의 중요성을 본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피지컬 코치의 연봉이 얼마나 되겠나. 몇천만원을 투자해서 몇십억, 몇백억 짜리 선수를 만들 수 있다면 합당한 투자다.


물론 한국은 이제 피지컬 코치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나오고 있기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 협회에서도 자체적으로 피지컬 코스를 만들어서 피지컬 코치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는 학원 축구팀은커녕 프로 유스팀도 피지컬 코치에 예산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로팀도 예산이 적은 마당이다. 결국 세계 축구의 트렌드 따라가려면 코치들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무리뉴 감독 같은 사람들은 피지컬 코치가 배운 생리학 등을 자신이 다 알고 있다. 나도 여자 대표팀에서는 일반 코치를 했다. 전술적인 것과 피지컬적인 훈련을 접목해서 하면 된다.


Q. 대표팀 소집이 없을 때는 무슨 일을 하나?
피지컬 테스트를 매일 했다. 선수들의 스피드, 파워, 민첩성 알아야 장단점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협회에 오면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데이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청소년 선수들의 체력 테스트 결과를 다 갖고 있는데, 축구는 없다. 독일은 1994 미국월드컵 실패 이후 유소년에 투자했다. 유소년 육성 과정에 피지컬 테스트를 한 데이터를 다 갖고 있다. 그때 키운 선수가 포돌스키 세대다. 성공한 선수들의 피지컬 발전상을 역추적해서 그와 비슷한 선수들을 만든 것이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 등 지금 세대의 선수들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의 피지컬적 특성(스피드, 파워. 민첩성)을 데이터로 갖고 있으니 선수 발굴이 용이하다. 스피드 게이트를 세워두고 각종 장애물을 피하고 스프린트를 겸해 볼을 드리블 하는 시간을 재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2011년에 협회에 들어오면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자 준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지금 U-17 대표가 된 당시 U-13 대표 선수들 때 해왔다. 다만 한국에는 스피드 게이트가 있는 팀이 별로 없어서 학원 축구 현장에서도 초시계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표팀에 들어오면 스피드게이트로 잰다. 데이터는 쌓여야 가치 커진다. 아직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단계에는 없지만 청소년 대표 선수들의 데이터는 다 있다. 이 시스템을 만들며 논문을 100편은 본 것 같다. 10미터 속력, 20미터 속력, 30미터 속력, 민첩성, 점프 테스트, 가속과 감속 등등의 세분화된 항목을 갖고 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2022년 월드컵의 피지컬 코치로 가고 싶다. 장기적으론 교수 꿈이다. 사실 원래부터 피지컬 코치를 하겠다고 꿈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운동을 그만둔 뒤 공부를 하다가 축구 동아리에 들어가서 축구를 했었다. 축구부를 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했는데 생각보다 축구를 너무 잘하더라. 왜 축구를 안했냐고 물으니 엄마가 축구하면 바보된다고 해서 안시켰다고 하더라. 공 잘 차고 기술이 좋았는데, 이런 친구들이 축구를 다 했다면 인프라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결국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하다 관두고 나니 처음에 정말 막막했다. 작년에 프로 팀에서 은퇴한 선수가 찾아온적이 있다. 대학 시절 잘나갔던 선수인데 나와 면담하며 하는 얘기가 막막하는 것이다. 내가 축구를 관뒀을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축구판이 양적으로 커졌지만 질적으로는 똑같다. 은퇴하고 나서 이 선수들이 더 좋은 사회인으로 가야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다. 나도 청춘FC를 보며 울었다. 축구 했던 사람들이 사회 나가와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내가 교수가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페이스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나보고 자랑하는 거냐고 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내가 한 일들을 내보이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 있다. 나도 관두고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 모델 되고 싶고, 독려하고 싶다.

사진=풋볼리스트, 이재홍,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