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호 구글러 "나 혼자서라도 바꿀 겁니다"
머니투데이 [新대한민국 리포트] <3> 이준영씨
"한국 젊은이들 패배주의, 경쟁주의 바꿔보겠다"
당시 그는 '24시간 피 터지는, 구글의 전쟁터 같은 경쟁 문화'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게 어떤 경쟁이냐 하면 말이죠. 서로 밟고 억누르는, 그런 경쟁이 아니에요. 순수하게 나와의 경쟁이에요. 옆 사람 잘되면 박수쳐 주고, 옆 사람 힘들면 격려해주는 것이죠. 그러면서 내 단점을 보완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씨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현실에 대해 답답함도 토로했다. "한국에서는 경쟁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서로 비교하고, 이겨야 하고, 그래서 안 되면 주눅 들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고 말이죠."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젊은이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번 7월 출장 때도 서울의 한 정보과학고등학교와 지방의 대학에 가서 학생들을 만났다고 멋쩍게 이야기했다. '깡촌' 출신으로 야무진 꿈도 없이 '어리바리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남보다 잘 해보겠다는 경쟁심은 눈곱만큼도 없이 더 어리바리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원조 코리안 구글러가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흰쌀밥 한번 맘껏 먹어보지 못했던 시골마을 가난한 농군의 아들이다. "이제 등 따시고 배부르고 속편한 자리까지 오기는 했지만,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싶지만은 않아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거죠." 기성세대보다 더 경쟁심 심하고, 더 패배주의에 찌든 젊은이들의 현실이 답답해서 혼자서라도 바꿔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스카이를 못 갔는데 구글같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왔다. 이런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는 "가슴을 쳤다"고 말했다. 너무 답답해서 결국 '구글은 스카이를 모른다(알투스 刊)' 책까지 썼다고 했다. 이씨 본인도 스카이가 아닌 부산대 출신이다. "스탠포드는 이름을 몰라서 못 갔고, 스카이는 집에서 멀어서 안갔죠." 그의 고향은 김해 산골짜기. 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좁은 자취방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담임선생님과의 5분 면담으로 결정된 대학이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대학과 남들이 다니는 대학을 마음속으로 줄 세워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현재의 시간과 현재의 환경을 즐겼을 뿐이다. 그는 '조그만 기업에 다니는데, 아무 비전도 없는 것 같아요. 대기업 간 친구들이 부러워요'라고 말하는 고작 서른 살 먹은 청년들을 보면서 더 답답하다고 했다. 스카이 다음에는 대기업이다. 그렇게 간판 따라 줄을 세우고 스스로 패배주의에 사로잡힌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더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시도를 하기에도 바쁜 나날인데, 대기업 입사를 못한 자신을 인생 낙오자로 여긴다. 그는 "청년들의 이런 생각을 정말이지 바꿔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낯선 '구글'같은 데를 왜 가냐고 하던 시절, 그냥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좋아서, 더 좋다는 회사(야후)를 걷어차고, 구글을 선택했던 자신의 살아온 방식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패배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씩 기를 죽여서 결국에는 자존감 따위를 없애버리고 있다는 것. 그는 그런 '생각'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다. 한국은 중학생조차도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이씨는 한 중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일에 '나의 생각도, 내가 아는 것도 다른 친구에게 알리는 것이 싫은데...'라고 적혀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중학생에게 보낸 답장을 보여주었다. "욕심과 경쟁심은 스스로에게 가장 큰 독입니다. 내 자신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다 투자해도 충분하지가 않은데, 그 아까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남과 비교하면서 쓰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지요. 저는 대학교때 모범생이고 부자이고 똑똑하고 잘생긴 친구를 부러워 한 적이 없었어요. 저는 전산학과였지만 컴퓨터가 없었고, 한 친구는 몇 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자기 방에 떡 허니 갖추고 있었지요. 덕분에 그 친구 컴퓨터로 숙제도 했지요. 친구들은 시샘하지 않는 제가 좋았던지, 더 많은 친구와 친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다 가진 것 같은 친구도 나이 들어 벤처사업 실패하고 힘들어할 때 제가 위로 해주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도 하죠. 인생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게임입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니까요. 함께 가는 것이거든요." 비교하게 되는 순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조차도 못하게 된다는 것.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툭'하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따로, 꿈따로가 아니다" 이씨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근간이 된다"고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현재 듣고 있는 수업,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지금 나의 일을 무시하지 말라는 겁니다. 지금 하는 공부나 일이 자신의 꿈이나 하고 싶은 일과 관련이 적든 많든, 무조건 결국엔 연결이 됩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시시해서, 전공이 안 맞아서 수업에 잘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다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지금 열심히 듣고 일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지방의 한 작은 대학 학생들을 만났을 때의 안타까운 심정도 얘기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이 없다보니 아예 목표 자체를 안 세워요.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시도 자체를 안 하니까 걱정조차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수업에는 관심이 없죠. 지금 현재에 내 목표를 끌어다가 연결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나아가는 거죠." 그는 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한 고등학생의 메일을 받았다. '구글은 스카이보다 하버드를 더 알아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의 답장은 이랬다. "구글에는요. 아이비리그 수석 졸업자들도 많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한 동료들도 많이 있어요. 그 사람의 자질을 보는 것이지 그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뽑지 않아요. 자신만의 실력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그는 "요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구글 다니는 것이 마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게 참 거부감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글이 또 다른 스카이처럼 비치고 있는 거지요. 구글이라는 이미지만 보는 겁니다. 사실 구글 입사가 문제가 아니라 구글에 들어온 다음 어떻게 하느냐가 더 문제거든요. 정말 만만치 않아요. 어느 곳에서든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말이죠. 일단 어디어디 간판을 달고 싶다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이씨는 최근 강연을 했던 마이스터고 학생들과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씨가 직접 개발자를 초빙해 지도하게 하고, 자신은 한국 출장 올 때마다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자신의 책 수익금으로 '라즈베리 파이'를 구입해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라즈베리 파이는 전기기구, 로봇 등을 연결해 아이디어 상품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모듈형 컴퓨터 보드이다. 마이스터고의 진짜 IT교육을 이준영씨 자신이 실행해보겠다는 것.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1등 해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동아리가 함께 뭔가를 만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것. '스카이를 가는 것'을 꿈꾸지 말고 '무언가 함께 만들어보자'라는 꿈을 꾸도록 해보겠다는 것. 대한민국이 바꾸지 않으면, 이준영 혼자서라도 바꾸어보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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