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축구 대통령 인판티노, 그는 누구인가?
(베스트 일레븐)
사실 잔니 인판티노 신임 FIFA 회장의 대권 장악은 놀라운 일이다. 축구팬들에게는 챔피언스리그 혹은 유로파리그 등 UEFA(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조 추첨식에 등장해 대진을 결정하는 인물 정도로만 여겨졌떤 게 사실이다. 이는 해외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UEFA와 FIFA를 책임질 우수한 인재로는 여겨졌으나, 그 시점이 당장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FIFA를 뒤흔든 부패 스캔들의 나비효과가 인판티노 회장을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변신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아직 인판티노라는 인물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는 앞서 언급했듯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인판티노 FIFA 신임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다
밑바닥부터 단계 밟은 실력파 행정가
잔니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제9대 FIFA 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만 45세로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스위스 남부 국경에 자리한 발레 주 브리크 출생이다. 스위스 프리부르크 대학 법학 전공 출신으로, 이탈리아어·프랑스어·독일어·영어·스페인어·아랍어 등 총 6개 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인재다.
축구계와 인연을 맺은 건 유로 2000이 폐막한 직후인 2000년 8월이다. 주요 요직을 맡은 건 2004년 8월이다. 자신의 전공인 법률을 살려 UEFA(유럽축구연맹) 법무 및 클럽 라이선스 이사로 임명되면서부터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UEFA에 남긴 영향력은 매우 컸다. 대외적으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의 업적으로 남게 됐어도, 실질적 아이디어는 인판티노 신임 회장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유럽 클럽 축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재정적 페어 플레이(Financial Fair Play)를 비롯해 유로 본선 참가국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뿐만 아니라 현재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UEFA 유로 네이션스 리그(클럽 축구와 마찬가지로 상시적으로 UEFA 가맹국 A대표팀들이 리그전을 치르는 대회) 역시 인판티노 신임 회장의 아이디어다. 밑바닥에서부터 착실히 단계를 밟아 유럽과 세계를 책임지는 축구 행정가로 성장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축구계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축구를 보호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 축구협회에 제재를 가하려고 할 때 개입했던 게 대표적 일화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폭력 및 부정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 수페르리가에 대한 개혁을 위해 새로운 스포츠 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이에 FIFA는 정치적 독립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그리스 축구협회에 자격 정지 처분을 고려했다.
이때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직접 뛰어들어 국제 축구계에서 하마터면 퇴출당할 뻔했던 그리스를 구해냈다. 직접 그리스로 날아가 정부의 압박에 짓눌린 그리스 축구협회를 대신해 협상을 벌여 정치적 독립권을 지켜냈다. 꽤나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협상가적 면모도 뛰어난 인물이다.
정신 차려보니 FIFA 회장에 취임하다
기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FIFA의 대권을 잡으리라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월 FIFA 스캔들이 터지면서 제프 블라터 회장이 한시적 직무 수행을 조건으로 퇴임하겠다고 선언한 후,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플라티니 UEFA 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플라티니 회장마저 블라터 회장과 모종의 돈 거래가 포착되어 자격 정지 상태에 놓이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후보자 등록 기간이었던 지난해 10월에 터진 사건이라 플라티니 회장이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를 철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UEFA는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인판티노 당시 UEFA 사무총장에게 후보 출마를 권유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FIFA 개혁위원회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혁이 필요한 FIFA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판티노 회장은 의욕적 선거를 통해 살만 빈 칼리파 AFC(아시아축구연맹) 회장,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수석부회장 등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대권을 잡았다. 임기는 오는 2019년까지다.
인판티노의 공약과 과제는?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UEFA 사무총장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왔던 축구 약소국에 대한 지원 정책을 FIFA에서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되자마자 FIFA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40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FIFA에 가입된 209개국 축구협회에 연간 500만 달러(62억 원)을, 대륙 연맹에는 각 4,000만 달러(494억 원)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중 금전 지원 계획은 타 후보로부터 매표 행위라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투표 직전 최종 연설에서 “FIFA의 자금은 회장의 것이 아닌 회원국 모두의 것”이라며 금전 지원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하겠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막후에서 검은 돈 거래를 하고 있던 전임 집행부와는 다른 이미지를 주는 제스쳐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FIFA의 주요 요직에 유럽 출신 인물을 기용하지 않고 다양한 대륙의 인물을 쓰겠다는 뜻을 내비쳐, 유럽이 축구를 독점하려한다는 타 대륙의 불만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였다.
약소국을 위한 정책을 얼마나 잘 수행해낼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FIFA의 대외적 이미지 회복이다. ‘마피아’라는 달갑지 않은 말까지 나올 정도로 FIFA의 위신은 땅에 추락한 상황이다. 따라서 인판티노 회장은 내부에서 권력과 돈을 독점할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을 내놓아 청렴결백한 FIFA를 만들어내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된 FIFA는 지금껏 한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굉장히 중요한 숙제라 할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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