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인 368번째 홈런을 기록한 최정
◆ '소년장사' 최정, SSG를 넘어 KBO 리그 역사가 되다
최정이 4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5회초 2아웃 이인복을 상대로 아치를 그렸다. 개인 통산 468호 홈런으로 이승엽을 넘어 KBO 리그 역대 최다 홈런 1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신기록 달성 후 기념 세리머니를 하는 최정(좌),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하는 최정(우)
대일초-평촌중-유신고를 졸업한 최정은 2005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인 2005년 5월 21일 문학 현대전에서 이보근을 상대로 만 18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듬해 12개의 홈런을 기록한 뒤부터 SK-SSG 한 팀에서만 19시즌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 자릿수 홈런을 쌓아온 결과다.
2023년 6월 1일, KBO 최초 18시즌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한 최정
홈런과 관련해서는 이미 굵직한 기록을 여럿 가진 최정이다. 2017년 한 시즌 개인 최다인 46홈런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홈런왕을 세 차례(2016년, 2017년, 2021년) 차지했다. 2017년 4월 8일 인천 NC전 5타석 4홈런으로 KBO리그에서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한 5명의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통산 연타석 홈런 27회(2위), 만루 홈런 13개(3위), 끝내기 홈런 4개(공동 6위), 8시즌 연속 20홈런(공동 2위)으로 현재진행형인 기록이 많다.
2005년 입단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홈런과 함께한 최정
최정의 가치는 홈런이 전부가 아니다. 최정은 16일 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통산 21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7496타수 2154안타) 467홈런 1475타점 1384득점 176도루, 2루타 397개 3970루타, 989볼넷 329사구 1678삼진, 출루율 0.390 장타율 0.530을 기록 중이다. 역대 홈런 1위, 득점 1위, 사구 1위, 출장 경기 4위, 안타 11위, 2루타 8위, 타점 3위, 볼넷 6위로 타격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특히 사구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나오지 않은 세계 신기록이다.
2022년 8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정
3루수와 우타자로 한정하면 최정의 가치는 더 특별해진다. 만 37세의 나이에도 최정처럼 주전 3루수로 출전하는 선수는 이범호(전 한화-KIA), 황재균(KT) 정도로 드물었다. 3루수 중에서는 출장 경기, 득점, 안타, 루타, 2루타, 홈런, 타점, 볼넷, 사구 등에서 선두를 달린다. 골든글러브 총 8회 수상으로 한대화(전 해태)와 해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우타자 중에서도 출장 경기, 득점, 루타, 홈런, 타점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기록, 아직까지 최정의 아성을 위협하는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 최정을 직접 겪은 모든 이는 그를 '소년 장사'가 아닌 '노력형 천재'라 말한다
입단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 언제나 끊임없는 노력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최정
만 19세의 최정이 2006년 6월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송진우, 구대성 등 전설적인 노장들을 상대로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치자, 세상 사람들은 그를 ‘소년 장사’라 불렀다. 어린 나이에도 타고난 힘이 돋보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최정은 2012시즌까지 자신을 홈런 타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최정은 지난 4월 16일 인천 KIA전에서 KBO리그 통산 홈런 타이 기록 달성한 후 인터뷰에서 홈런 타자로 각성한 계기로 2012년 9월 9일 인천 넥센(현 키움)전을 꼽았다. 3회말 1사 3루서 강윤구(현 강리호·은퇴)의 직구를 통타해 중앙 담장을 크게 넘긴 이 홈런으로 최정은 자신에게 딱 맞는 타격 메커니즘을 찾았다. 그때의 감각을 현재까지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최정 자신에게 딱 맞는 타격 메커니즘을 찾았던 2012년 9월 9일의 경기
최정을 가까이서 본 SSG 구단 관계자나 야구계 동료들은 ‘타고난 장사’가 아닌 ‘노력형 거포’라 말한다. 대표적으로 '우타자 레전드' 김태균 KBSN 해설위원은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대표팀에서만 봐도 최정은 성실은 기본이고 항상 연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였다. 최정이 처음부터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국내와 미국의 잘 치는 선수들의 폼을 보고 연구하는 걸 봤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후배지만, 굉장히 배울 점이 많고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였다"라고 극찬했다.
노력의 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프로 20년 차가 된 지금도 신인보다 더 긴장하고 많은 훈련을 하는 선수가 최정이었다. 최정을 신인 시절부터 봐온 한승진 전력분석 팀장은 "훈련할 때 보면 최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연습 때 보면 타구가 펜스를 넘기 힘들다. 대신 자신만의 몸 회전이나 스윙의 궤적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정은 이제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음에도 신인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은데 남들이 10번, 15번 칠 때 최정은 30번을 쳐서 고민이 풀릴 때까지 해야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24년 2차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최정과 김성현
절친 김성현은 ‘야구하는’ 최정만큼 멋진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김성현은 “야구 안 할 때는 그냥 엄청 착한 동네 형이다. 슈퍼스타인데도 자신을 드러내지도 내세우지도 않고 어릴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 사람이 야구만 하면 사람이 달라진다. 집중력이 엄청나다. 생각이 많은데 한 번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가지에 꽂히면 그걸 당장 훈련해서 해결될 때까지 하고, 안 되면 바로 버린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타격폼도 바로바로 수정하는 편인데 그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Mr. Clutch' 컨디션 좋은 최정은 그 어떤 투수가 와도 못 이긴다
2008년 KS 최연소 MVP를 수상한 최정
최정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꼽힌다. 기록에서도 보인다. 최정은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13개(역대 2위), 한국시리즈 통산 홈런 7개(1위)로 SK-SSG를 5차례 한국시리즈(2007년, 2008년, 2010년, 2018년, 2022년) 우승을 견인했다. 2008년에는 만 21세 8개월 3일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상황에 상관없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위협적인 타자였다"고 회상했고, 노시환(한화)은 "최정 선배님은 해결사다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승부욕이 엄청 세셔서 홈런이 아니라도 중요할 때만큼은 어떻게든 하나를 치는 모습을 자주 본 것 같다"고 떠올렸다.
최정의 홈런은 언제나 팀이 위기일 때 나왔다
김성현은 “(최)정이 형이 가끔 가다 ‘홈런 치고 올게’라고 말하면 그때만큼 소름이 돋을 때가 없다. 스스로 생각해서 어떤 공이 올 거라 생각하고 그걸 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이 올 거라 예상하고 또 생각대로 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그때는 정말 멋있다”고 감탄했다.
최정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면이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다. 당시 팀이 3-4로 뒤처진 9회초 주자 없이 2아웃 2S2B에서 최정은 두산의 조시 린드블럼을 상대로 극적인 좌월 솔로포로 동점을 만들면서 SK(현 SSG)의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8년 KS 6차전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린 최정
김광현은 "(최)정이 형은 꾸준히 최상위권을 달리던 사람이라 한 장면만 뽑기 쉽지 않다"면서도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린드블럼을 상대로 홈런 쳤던 게 생각난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홈런을 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보통 투수와 타자가 컨디션이 좋다고 하면 거의 투수가 이긴다. 그런데 좋은 컨디션의 투수조차 이겨낼 수 있는 타자가 딱 세 명 있다. 최정, 김주찬(전 롯데-KIA),박석민(전 삼성-NC)이다. 이 세 명은 어떤 투수가 컨디션이 좋아도 이 선수들은 못 이긴다. 그럴 땐 볼넷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수많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한승진 팀장은 "최정은 데이터는 기본이고 자신의 영상을 정말 많이 본다. 경기 중에도 한 타석 치자마자 바로 데이터 팀에 와서 자신의 스윙을 확인한다. 좋았건 나빴건 결과와 상관없이 매 타석 복기한다. 대기 타석에서는 주자가 나갔을 때 자신에겐 상대 투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머리부터 몸까지 정말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가 최정”이라고 전했다.
◆ 최정 랜더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벌써 데뷔 20년 차를 맞았지만, 최정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여전하다. SSG는 16일 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최정이 홈런을 친 422경기에서 278번을 이겼다(승률 0.659). 467개의 홈런 중 88개가 1회에, 129개가 초구를 상대로 나왔다. 선제 홈런으로 선발 투수의 부담을 줄여주고 항상 SSG의 리드를 이끄는 것이 최정이었다.
구단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온 최정과 김광현
그걸 가장 많이 체감하는 것이 18년째 함께하고 있는 또 다른 랜더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사람들이 괜히 최정 랜더스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정말 (최)정이 형이 없으면 힘들다. 야수들이 믿고 의지하는 선수라 정이 형이 한 달 이상 빠지면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며 "정이 형이 치면 경기 분위기가 확 넘어온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정이 형이 친 거랑 다른 선수들이 친 건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정이 형이 타석에 나간다고 하면 모든 선수가 집중한다"고 증언했다.
최정은 만 37세의 나이에도 4월 한 달에만 홈런 10개를 치며 건재함을 알렸다. 나이를 잊은 활약에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500홈런은 물론이고 600홈런도 기대케 한다. 국가대표 후배 3루수 노시환은 "최정 선배님이 (만 37세지만) 아직 선수 생활이 더 남으셨다고 생각한다. 468홈런도 대단하지만, 최다 홈런 기록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지금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존경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SK-SSG 역사를 함께하시면서 꾸준히 3루를 지켜오셨는데 나도 그런 부분을 본받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 세계 스포츠에서 갈수록 원클럽맨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최정의 기록은 랜더스 한 팀에서만 기록한 것이어서 특별함은 더하다. 랜더스 최초 영구결번 타자가 될 것이 유력하며, 인천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슈퍼스타로 남을 예정이다.
그리고 최정은 SSG 팬들에게 이 한마디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린 최정의 시대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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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이 넘은 고령에도 활기차게 몬스타즈 팀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최정 선수를 평가하기를
실력, 노력, 인성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언급했다.
수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과 함께 했지만
유일하게 120% 훈련을 소화하고
실력을 발전시킨 유일한 선수라고 한다.
최정은 처음 부터 빛나는 스타가 아닌 무명의 선수에서
자신의 목표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진정한 프로 선수와 자기 관리의 좋은 모델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의 책 <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를 읽어보면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고
항상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고 35년 이상 수 많은 책을 읽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손흥민은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모범을 보이는 리더로서
EPL과 세계 축구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록으로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최정 선수가
최형우 선수처럼 더 많은 시간을 운동장에서 자신과 팬을 위해
뛰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