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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리그를 이끄는 두 명의 감독: 강성형, 토미 틸리카이넨

youngsports 2024. 4. 5. 11:58

우승만 3번 날린 불운? 人生 순리 따른 현대건설의 '행복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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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이 불운을 떨쳐내고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마음을 비우고 순리를 따랐더니 오히려 우승이 따라왔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원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로 이겼다. 5전 3승제 시리즈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2015-2016시즌 이후 8시즌 만에 거둔 감격의 우승이다. 또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정규 리그까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3경기 모두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해 감동이 더했다. 현대건설은 1차전에서 먼저 1, 2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5세트를 따내는 드라마를 썼다. 2, 3차전은 1, 3세트를 내주고도 거푸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최근 불가항력적인 악재에 따른 불운을 극복한 우승이라 더 값졌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 정규 리그 1위를 달려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다. 정규 리그 1위 타이틀은 얻었지만 포스트 시즌(PS)이 열리지 못해 챔프전 우승 영예 기회를 잃었다.

2021-2022시즌은 더욱 아까웠다. 현대건설은 6라운드 첫 경기까지 승점 82(28승 3패)로 정규 리그 우승에 승점 1만을 남겨뒀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19로 여자부 7개 구단이 3월 21일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봄 배구가 무산됐다. 남자부는 PS가 펼쳐졌던 만큼 현대건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후유증은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우승 후보로 꼽혀 전반기까지 정규 리그 1위를 달렸지만 주포 야스민(현 페퍼저축은행)의 부상 여파로 김연경이 돌아온 흥국생명에 정규 리그 1위를 내줬다. 여기에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의 돌풍에 챔프전 진출 티켓을 뺏겼다. 도로공사는 여세를 몰아 흥국생명까지 허물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당초 올 시즌 현대건설은 우승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연경이 잔류한 흥국생명이 건재한 데다 정지윤, 고예림 등 아웃사이더 히터들의 부상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인 끝에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12일의 휴식을 얻은 현대건설은 정관장과 PO를 3차전까지 치른 흥국생명을 3경기 만에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우승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 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좋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규 리그 1위에 올랐는데 (우승 타이틀까지는) 운이 안 따랐다"면서 "지난 시즌은 외국인 선수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도 그렇고 레프트 쪽 출혈이 있어 현대건설이 어렵지 않겠느냐 얘기를 들었고 1라운드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정상에 올랐다. 강 감독은 "우승을 할 수도 있고, 못할 확률도 있다"면서 "(실업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선수 때 2번 했고, 프로 현대캐피탈에서 강호철 감독님을 모시고 코치 때도 2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을 맡아서 했는데 어렵긴 어렵다"면서 "선수들을 잘 만나서 좋은 영광을 얻었다"고 공을 돌리면서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2010-2011시즌부터 3번째 현대건설의 우승을 이끈 양효진은 "실감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2년차 때 처음 우승했고, 별이 2개에서 멈춰선 지 너무 오래됐다"면서 "우승할 기회가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왔던 2번 시즌이 있었고, 지난 시즌은 안 좋게 고꾸라졌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아예 욕심을 버렸다. 양효진은 "올 시즌은 시작할 때 마음을 비웠다"면서 "어느 팀도 우리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시즌 전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워낙 팀 워크가 좋았고, 한 팀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챔프전 마지막까지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우승 기쁨보다) 지금 동료들과 배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챔프전 최우수 선수(MVP) 모마도 "자랑스럽고 매우 행복하다"면서 "나중에 울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효진 언니 말처럼 아무도 우승 후보로 선택하지 않았는데 팀으로 같이 싸워 이겨낸 결과"라면서 "MVP도 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원 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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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 새역사 쓴 핀란드 사람, 토미 틸리카이넨

중앙일보
 
 
 
 
 
 

우승이 확정된 뒤 헹가래를 받는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연합뉴스

 

핀란드에서 온 토미 틸리카이넨(37) 감독이 대한항공과 함께 한국 배구의 새 역사를 썼다. 사상 초유의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이겼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낸 대한항공은 2020~21시즌 이후 4년 연속 정규시즌과 챔프전을 석권했다. 역대 최초다.

 

지난 2년간 팀을 이끈 틸리카이넨 감독도 흐뭇해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피곤한 척 의자에 누웠던 그는 "OK 홈이고, 정말 강하게 나올거라 예상했다.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버티고,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잘 했다. 이번 시즌을 돌아봤을 때 20명의 선수가 득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오늘 경기가 좋은 예시인 듯하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역사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했다.

챔프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틸리카이넨 감독.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우승 직후 '통합 4연패'를 외쳤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 구단 구성원들에게도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팬, 구단주, 사무국, 코칭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들이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번 시즌은 투지의 한 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랬다. 작은 기회를 살려 뒤집은 적도 있다. 시즌은 끝났고, 좀 쉬고 싶다. 곧 다음 시즌이 온다. 새로운 배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18세 때 허리 부상으로 조기은퇴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25세 때 지도자가 됐다. 이후 핀란드, 독일, 일본을 거쳐 2년 전 한국에 왔다. 그리고 두 해 연속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해처럼 그는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스태프, 선수, 관계자들에게 소주를 따르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다음 주 시상식을 마치고 고향 헬싱키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구 여행도 하고 싶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른 배구도 보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여유로운 스케줄 안에서 지내고 싶다"면서도 "다만 그 전에 아시아쿼터 및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등 마무리해야할 일도 있다"고 푸념했다.

선수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틸리카이넨 감독. 뉴스1

 

대한항공의 가장 큰 장점, 그리고 틸리카이넨 감독의 장점은 자유롭고 창의적이라는 거다. 그는 연습 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한다. 3차전 5세트 14-13에서 나온 챔피언십포인트가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수비 이후 반격 기회를 잡았다. 미들블로커 조재영은 이때 날개 공격수 임동혁이 아닌 미들블로커 김민재에게 속공을 올렸고, 김민재가 마무리했다. 3년차 젊은 선수가 위험부담이 있는 속공으로 경기를 끝낸다는 건 쉬운 발상이 아니다.

 

김민재는 "재영이 형이 세터 출신이라 토스가 좋다. 원래 작전은 동혁이 형에게 올리는 거였지만 준비를 했고, 확실하게 때려낼 자신이 있었다"며 "감독님께서도 그런 공격을 해서 정말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곧 입대하고, 베테랑 선수들이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는 고민을 마주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 질문에 "오늘은 즐기고 싶다"고 말한 뒤 "임동혁이 입대 전에 환상적인 마무리를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시즌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한항공은 정한용, 이준, 김민재 등 저연차 선수들이 한 층 더 나아진 기량을 보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미 5연패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질 생각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유지를 해야 한다. (5월 말)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면 열심히 준비할 시간이다. 올 시즌 했던 배구에 조미료도 더해야 한다. 우리의 배구를 보시는 분들이 기쁨, 영감을 얻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챔프전 MVP는 정지석에게 돌아갔다. 정규시즌 부진했던 정지석의 부활은 우승으로 가는 열쇠였다. 평소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틸리카이넨 감독도 이날만큼은 정지석을 칭찬했다. 그는 "정말 지석이가 이번 시즌 부상으로 힘들고, 괴로워했다. 챔프전 올라오면서 몸이 완성되고 좋은 플레이를 했다. MVP까지 받아 매우 행복하고 기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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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 감독들의 성향은 대부분 비슷하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적인 사고 방식과 권위적인 방식으로 

프로 선수들을 마치 고등학생처럼 다그치고 몰아붙여

긴장되고 위압적인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 당연시 된다.

 

그러나 강성형 감독과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정 반대의 성향과

지도 방식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다른 성향의 외국인이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권위적이기 보다는

열정적으로 표현 방식이 뜨거울 뿐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공격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합작품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현실로 반영하는 것은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의 의지와 능력이 함께 해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남녀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두 감독의 리더십은

원팀을 위해 작은 것 하나부터 개선하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나온 긍정적인 결과다.

 

팀을 이끄는 힘과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다.

 

챔피언이 되려면 리더가 되려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