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도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가끔씩 국내 프로축구 기사를 보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팀이 아닌 축구 구단의 경우, 제대로 된 운영에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접하게 됩니다. 재정적인 상황이나 운영의 어려움을 비롯해 불미스러운 구단행정까지… 재정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잉글랜드 3부리그에 속한 한 팀은 ‘기업구단이 아니어도 이렇게 건강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팀은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윔블던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입니다. 첼시나 풀럼과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프로팀입니다. 사실 프로팀이라고는 하지만 리그1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팀입니다. 바로 AFC 윔블던입니다.
흥미로운 AFC 윔블던의 히스토리
AFC 윔블던은 서포터즈들의 팀입니다. 2002년 자신들이 응원하던 윔블던F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하자 이전을 반대하던 그 팀의 서포터즈들이 창단한 팀입니다. 9부리그에서 시작한 2002-03시즌의 평균관중이 3,000명이었습니다. 그 당시 리그1에 속해 있던 윔블던FC(현 MK DONS)의 평균 관중수 보다 많은 숫자였습니다. 그런 팬들의 열정때문이었는지 창단 9년만인 2011년 프로리그로 승격하게 됩니다. AFC 윔블던의 이런 행보는 잉글랜드 축구사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역사의 시작이자 산 증인을 만났습니다. 현재 AFC 윔블던의 커머셜 디렉터인 이보어 힐러입니다. “2002년 나는 윔블던 FC의 서포터즈였어. 그 당시에 연고 이전에 반대하던 서포터즈들의 대표로 스튜어드와 함께 여러가지 창단에 관련된 일들을 진행하였어. 그리고 REAL 윔블던이라는 이름으로 FA에 신청을 하였는데 이름 사용이 안 된다고 해서 AFC 윔블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어. 우리가 공식적으로 1889년에 만들어졌던 윔블던FC의 후신이 된 것이지. 그래서 우리팀의 시작은 1889년에 시작된 것으로 되어 있다.”며 자신의 소개와 팀의 시작에 관련된 소개를 하였습니다.
서포터즈들의 팀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물었습니다. “우리는 DONS TRUST라는 단체의 운영 이사회가 있어. 나를 비롯해 4인으로 구성되어 있지. 그리고 우리 운영진들이 어떤 정책을 결정하면 일반 이사들이 우리의 정책에 가결하거나 부결을 하지. 그렇게 운영을 하고 있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역관청과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도움은 받지 않고 있어. 현재는 구장을 첼시 레이디스에 판매한 돈과 개인 서포터즈들의 후원금 그리고 FA에서 받은 상금등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열심히 잘 해 왔기에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잡음없이 이제까지 건강한 구단의 이미지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홈 경기장인 킹스메도우 스타디움은 약 4500석 규모입니다. 사실 같은 리그1이라고 해도 이청용 선수나 윤석영 선수가 뛰던 볼턴 원더러스나 찰튼 애슬레틱의 구장 규모와는 너무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곧 구장 이전을 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도 쉽지 않을텐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에 챔피언십에 올라간다면 이 구장에 뉴캐슬이나, 빌라, 리즈 등이 온다고 생각해 봐. 미칠 일이지…하하…그래서 우리는 원래 윔블던FC 홈구장이었던 플로레인 근처에 2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건축하려고 해. 모든 부분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이 곳은 첼시 레이디스에 넘기고 2019년에 이전 할꺼야.”라며 자신들도 리그의 규모에 맞는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챔피언십이나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간다면 기업에게 구단을 팔 생각은 없는지’… “우리팀의 주주들인 서포터즈들이 팔 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과 자녀들을 위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프리미어리그로 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냥 서포터즈들이 주인이 되는 팀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적이 이익이 아닌 자신들과 자손들에게 뿌리가 되고 싶은 듯 하였습니다. 축구클럽이라는 것이 비즈니스의 수단처럼 되고 있는 현시대에 진정 자신의 팀과 고향을 사랑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이 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FC바르셀로나의 이야기를 합니다. “바르셀로나도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그들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도 몇몇 사람들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대부분이 소액을 투자하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거액을 투자한 이사도 있고 소액을 투자한 이사도 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하였어도 독단적인 운영과 감독의 권한에 참여할 수 없다.”며 바르셀로나를 닮고 싶어하기도 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 홈경기가 있어서 함께 관람을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갔습니다. 경기를 위해 일하는 그라운드맨과 미디어 담당자를 비롯해 많은 직원들이 나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미디어 담당자인 로운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팀의 시즌권자들이자 이사들이야.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매 경기마다 와서 맡은 일들을 하고 있어. 이 팀이 곧 나의 팀이라는 생각이기에 매 경기마다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 구단 코칭 스태프 외에는 모두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우리가 주인이니까.”라며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냥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건강한 구단을 만드는 법
모든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이보어 디렉터는 “ 제일 중요한 건 클럽이 올바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 클럽은 우리 서포터즈 모두의 클럽이다. 단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선거에 의해 공평하게 똑똑한 사람이 뽑히거나 클럽을 운영하기 적절한 사람이 투표되어야 한다. 어떤 식의 구조로 어떤 계층으로 운영되는지 알아야 하며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갈수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클럽은 클럽의 능력내에서 돈을 소비해아 한다. 만약 한국에서 서포터들이 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를 원한다면, 1,000명, 10,000명의 서포터즈 모두가 같은 소망, 같은 방향으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오로지 한 방법이다. 그건 매우 어려운 방법이지만 우리팀을 봐. 누구나 할 수 있어. 만약 우리팀과 비슷한 팀이 있다면 그 팀을 도와줄 용의가 있어.”라는 조언과 더불어 희망을 전해 주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축구 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지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주변 선수들을 통해 대다수의 축구 팬들과 비슷하게 몇몇 구단의 운영 상황을 아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많은 부분은 대부분의 구단들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내부적인 문제, 그리고 구단의 잘못된 행위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축구팬으로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물론 AFC 윔블던은, 우리나라 시민구단이라 불리우는 구단들과는 설립 배경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목적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기업구단이 아닌 것은 같습니다. 어느 한 재벌에 운영되는 구단이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상황은 달라도 세계 최고의 축구시장인 잉글랜드 프로리그에서도 서포터즈들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들의 방법이 기업구단이 아닌 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FC 윔블던 스탭들과 긴 시간 대화의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대화를 나눈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FC 윔블던처럼 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운영된다면, 구단 운영진과 서포터즈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2017년도에는 건강한 구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운영진과 서포터즈들이 함께 아름답고 건강한 구단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