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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리는 방송환경

youngsports 2016. 8. 31. 15:32
프로축구를 홀대하는 우리나라 방송[독일벼리] K리그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리는 방송환경
장성준 / 언론학박사, 미디어스 독일통신원 | icon

우리나라 방송이나 독일 방송이나 리우 올림픽 중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16일 제2공영채널 ZDF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스위스의 영보이즈(Young Boys)와 독일프로축구팀 보루시아 묀헨 글라드바흐(Borussia VfL 1900 Mönchengladbach e.V)의 축구경기로서 2016/2017년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예선리그로 치러진 경기다. 일주일이 지난 8월 23일과 8월 24일 각각 우리나라의 축구팀이 참가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8강전이 개최되었다. 23일엔 전북현대모터스와 상하이상강이, 24일엔 FC서울과 산둥루넝 간의 8강 1차전이 각각 치러졌고, 이 경기는 MBC Sports2와 MBC, 네이버, 다음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올림픽남자축구대표팀이 치른 전 경기를 지상파 3사가 경쟁하면서 중계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남자축구대표팀의 경기는 경중을 막론하고 모든 지상파들이 서로 중계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싸우지만 프로축구팀이 참석하는 경기는 경중을 떠나 제공하지 않는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2009년 포항스틸러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당시 해당 경기는 우리나라의 어떤 미디어에서도 경기실황을 접할 수 없었다. 결증전이 그랬으니 예선전은 어땠으랴. 우스갯소리로 아랍어로 중계 한번 안 들어본 국내프로축구팬은 없을 정도였다. 2010년 성남일화(현재 성남FC의 전신)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땐 그나마 정식 중계를 해준 덕분에 우승소식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었다. 독일에선 유럽리그 예선경기부터 중계해준 반면 우리나라에선 송출지역이 제한적인 케이블채널로 제공되었다. 지상파방송사 3사가 앞 다투어 ‘대표 축구방송’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때마다 국내프로축구팬들이 비웃고 조롱하는 이유다.

지난 리우 올림픽의 남자축구대표팀의 경기는 인기 콘텐츠 중 하나였다. 8강전의 경우 지상파방송사 3사가 통합 34.5%의 시청률로 올해 올림픽중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경기시간이 새벽시간대였음을 감안하면 남자축구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축구를 접할 기회는 이게 전부다. 여자축구대표팀에 대한 지상파의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 프로축구도 방송에서 외면당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지상파방송사에서 접할 수 있는 프로축구의 소식이라곤 스포츠뉴스에서 제공되는 1분 남짓의 편집영상 뿐이다. 남자국가대표경기를 대하는 방식과 프로축구를 대하는 방식의 격차는 너무 크다. 반대로 해외프로축구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은 더 쉽다. 지상파에선 우리나라 리그와 동일하게 편성이 전무하지만, 유료케이블의 주요 스포츠채널들에선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의 편성은 높다. 이를 보면 분명 우리나라 방송들이 돈이 없어서 국내프로리그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계라이선스가 국내의 그것보단 싸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항상 프로축구중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왔던지라 이 문제를 다루고 싶었지만 딱히 이슈화 되지 않는 내용이었기에 글을 쓸 재료들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지난 일간스포츠에서 3개의 기획기사로 보도한 KFA-FCN에 대한 기사를 읽고 독일의 프로축구 중계방식에 대한 소개를 해보고자 생각했지만 그 역시 녹록치 않았다. 프로축구 중계라이선스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하나하나 관리하는 독일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자축구대표팀의 자원들이 뛰는 프로축구의 중계는 그나마 작년서부터 조금 나아졌지만 전체경기 수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중계를 기록하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지도 문제였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프로축구중계는 지상파에선 철저히 외면 받으며, 비인기유료채널로 밀려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다양한 패키지로 제공되는 독일 프로축구 중계

독일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중계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1999년 제4차 방송과 텔레미디어에 관한 협약(Rundfunkstaatsvertrag)에 따라 신설된 4조에 따르면 보편적서비스의 기능으로서 스포츠중계를 규정한 내용들에 보장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4조 1항(요약)

독일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행사에 대한 방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만 신호 암호화 및 특별 요금 부과가 허가된다. 방송 사업자 자체적으로 또는 제3의 사업자를 통해 해당 행사에 대한 중계방송을 보편적 접근이 가능한 무료 TV 채널 최소 하나 이상에 동시적으로 또는 최소한의 시간차로 방송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 접근이 가능한 TV 채널은 독일 전체 가구의 2/3 이상이 실질적으로 수신 가능한 TV 채널을 의미한다.
 
4조 2항
여기에 해당하는 대형 행사는
1. 하계 및 동계 올림픽
2. 축구 – 유럽 및 세계 선수권대회의 독일 축구 국가 대표팀이 출전하는 전 경기 및 독일 대표팀의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개막전, 준결승전, 결승전
3. 독일 축구 협회 플레이오프(DFB-Vereinspokal, 포칼) 준결승 및 결승전
4.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국내 및 해외원정 경기
5. 유럽 축구 연맹컵(Champions League, UEFA-Cup)에서 독일팀의 결승전


4조의 2에 규정된 보편적서비스의 의무대상은 대부분 축구경기들이다. 독일국가대표팀의 모든 경기는 물론이고 3에 따라 독일축구협회가 개최하는 포칼(Pokal, 우리나라의 FA컵)의 준결승경기와 결승전의 중계가 필수다. 유럽챔피언스리그와 UEFA-Cup의 결승전도 독일팀이 참가했을 경우 중계해야 한다. 해당 중계를 담당하는 방송사는 독일연방전역의 가구 2/3 이상 송출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1차적으론 공영방송사들이 이를 담당하게 되지만 전국송출의 상업채널사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사례로 말한 영보이스와 묀헨글라드바흐의 경기는 5항의 확대 적용으로 볼 수 있다. 분데스리가에 소속되어 있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중계는 법이나 운영지침으로 규정되어 있진 않지만 지상파방송과 유료채널 등에서 다양하게 제공된다.

독일축구협회는 매년도 분데스리가의 중계라이선스를 공개입찰 받아 판매하는데, 최종입찰가는 공개하지 않는다. 독일축구협회의 수익 중 80%를 상회하는 분데스리가 중계라이선스판매는 독일 내의 축구열기가 높은 만큼 그 가격도 천문학적이다. 중계라이선스 판매는 시즌 전년도에 시행하는 방식이기에 올해 2016/2017년 시즌 중계라이선스 입찰은 작년에 완료되었고 내년도 시즌 2017/2018의 중계는 금년도 6월 완료되었다. 주요이슈로 다뤄지는 독일의 프로축구 중계비용은 금년도부터 2020/2021년 시즌까지 최소 11억 유로, 최고 15억 유로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계라이선스 비용은 구단 별로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어 자국축구시장을 활성화하는 기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상승할수록 자연스럽게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재정도 일부 확보된다. 분데스리가 중계라이선스는 1부 리그 뿐만 아니라 2부 리그까지 포함된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라이브스코어제공), SKY채널은 분데스리가 중계패키지를 별도판매하고 있음(출처: SKY채널 홈페이지)

독일축구협회의 중계라이선스 판매 결과인 최종낙찰가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어 하나의 방송사 또는 하나의 미디어기업이 매년도 독점하지는 못한다. 그 예로 올해 분데스리가의 중계라이선스와 내년의 중개라이선스 낙찰자의 변동을 들 수 있다.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시즌에선 유료위성방송 SKY채널 군이 주말경기(토요일과 일요일)의 중계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유료채널 Sport1은 금요일과 일요일에 개최되는 2부 리그, 월요일에 치러지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중계라이선스를 낙찰 받았다. 온라인 콘텐츠는 경기 종료 후 한 시간 이후부터 하이라이트를 게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올해 사업자는 악셀-스프링거다. 지상파방송이자 공영방송들도 분데스리가 중계라이선스를 구매한다. 제1공영방송인 ARD는 공식개막경기와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승강플레이오프, 슈퍼컵(전년도 리그우스팀과 포칼 우승팀 간의 경기)의 중계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독일축구협회는 분데스리가의 하이라이트에 대한 라이선스도 별도 판매하기 때문에 이 역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경우 ARD는 주말경기(토요일과 일요일)의 하이라이트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반면, ZDF에선 토요일 경기에 대한 라이선스만 갖고 있다.

2017/2018년 중계라이선스의 구성은 올해와 다른 양상이다. 유럽 스포츠중계 대표업체인 SKY채널군이 가장 많은 분량의 분데스리가 중계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은 과거와 동일하지만 패키지별로 구분된 올해 상품에서 EUROSPORTS가 가격대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중계라이선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패키지 A로 불리는 EUROSPORTS가 획득한 중계라이선스에선 금요일 20시 30분, 일요일 13시 30분, 월요일 20시 30분에 개최되는 경기 43개, 1부 리그와 2부 리그, 2부 리그와 3부 리그 간 벌어지는 승강플레이오프 및 슈퍼컵의 중계권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의 경기들은 대부분 SKY채널군에서 확보했는데 이를 간략히 보면 토요일 15시 30분, 화요일/수요일 20시 30분에 개최되는 경기의 중계라이선스 202개(패키지 B. 패키지 C), 일요일 15시 30분, 18시 경기 60개(패키지 E)로 요약된다. 1부 리그의 중계라이선스가 분배된 반면 2017/2018년 중계라이선스는 SKY채널군으로 결정되었다. 공영방송사는 그 동안 별도로 구매했던 라이선스를 하나의 방송사로 통합했다. ARD는 하이라이트를 제외한 중계라이선스를 확보하지 않은 반면 ZDF는 2017/2018년 분데스리가 공식개막경기와 주요경기가 개최될 예정인 17, 18라운드의 중계권, 2부 리그와 3부 리그 간의 승강플레이오프, 슈퍼컵의 중계라이선스로 규모를 축소했다. 온라인 하이라이트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던 악셀-스프링거사는 올해까지만 유지되고, 내년부터는 아마존에서 관리하게 된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라이선스에 대해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내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미 판매된 라이선스를 재구매하는 방식으로 중계를 시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다. 리그경기의 경우 하이라이트 위주로 제공되었지만 이 협약이 체결되면 빠르면 이번 시즌부터 90경기 이상을 지상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프로축구 중계 현황은?

K리그 클래식 12개 팀, K리그 챌린지 11개 팀의 앰블럼(출처: K리그 홈페이지)

그동안 지상파에서 방영된 국내프로축구사례를 소개하자면 KBS는 이영표 해설위원과 계약하면서 K리그 중계 수를 늘리기로 약조하여 2015년부터 16경기를 지상파를 통해 중계하고 있지만 MBC는 0경기, SBS가 1경기 수준으로 중계한다. 2013년 KBS 3경기, SBS 3경기, 2014년 KBS 2경기 SBS 1경기를 중계해줬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지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정기리그 경기 수가 12개 구단 456경기,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11개 구단 440경기, WK리그 7개 구단 168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중계가 없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나마 종합편성채널 JTBC의 자회사인 JTBC3FOX에서 몇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고, MBC Sports2를 통해서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중계해주면서 집에서 프로축구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교통방송(tbs)이 FC서울의 홈경기를 모두 중계해주는 사례처럼 지역방송사나 지역케이블방송사들도 프로축구중계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계 경기 수 확장에만 신경쓰다보니 프로축구중계에 사용하는 카메라가 2대 남짓으로 구성되고, 선수들의 이름도 잘 모르는 중계진의 해설을 듣는 일도 허다하다. 유럽리그의 주요경기들을 중계해주는 스포츠채널들에서 화려한 해설진을 배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모든 프로축구중계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지만 몇 경기를 제외하곤 재미없는 중계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경기가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리고 프로축구를 중계하는 채널들도 일반스포츠전문채널이 아닌 이들이 추가로 운영하는 채널들이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서 시청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국내 프로축구는 많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는 콘텐츠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국적의 선수들 대부분도 K리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진출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시민구단도 여럿 생겨서 지역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성남FC는 전신인 성남일화가 운영난으로 팀 해체를 결정하자 이를 이어받아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현재 1부 리그 소속의 시민구단 수원FC는 내셔널리그에서 2부 리그에 참여하여 프로구단으로 전환했고, 2부 리그의 부천1995, 내셔널리그에 참가했던 고양국민은행의 선수들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안양FC, 내년 창단을 선언한 군경구단 안산무궁화(내년 시민구단 전환) 등도 각자 다양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런 스토리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나라 방송과 미디어환경 그 자체다. 스토리를 이어주는 가교가 없으니, 이 스토리들은 불필요한 것들로 여겨지기도 한다. 국내 프로축구를 활성화해야 하는 축구협회조차 중계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니 이들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몇 년 전 시민구단인 경남FC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홍준표 경남지사가 팀 해체를 운운했던 일이 있었다. 2부 리그는 마치 패배자들의 모임으로 격하했던 그 생각들은 분명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조금 본다는 사람들에게도 있을 것이다. 해외축구리그는 재밌고 국내축구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은 선수 면면에서 발생하는 차이에 있기도 하지만 그 스토리를 이해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방송은 국내 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그 스토리를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기술과 인력도 어느 정도 수준까진 확보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장성준 / 언론학박사, 미디어스 독일통신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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