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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S] 첫 맨체스터 더비는 왜 중국에서 열리나?

youngsports 2016. 7. 15. 20:33

[매거진S] 첫 맨체스터 더비는 왜 중국에서 열리나?


7월 25일 저녁 8시 35분(이하 한국 시각),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체스터 시티가 격돌한다. 대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2016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International Champions Cup·ICC)이다. 심지어 두 팀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나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아닌 중국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 국립 경기장이다. 중국 축구 팬과 베이징 시민은 잉글랜드 축구 팬이나 맨체스터 시민보다 먼저 모리뉴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닥치는 첫 번째 ‘맨체스터 더비’를 경기장에서 관전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 서부에 있는 도시 유진에 사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가 인터 밀란과 프랑스 리그 1의 절대 강자 파리 생제르맹의 결투를 감상할 수 있고, 호주 멜버른 시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토트넘 홋스퍼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자존심 싸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지로 쓰지 않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는 ‘축구 성지’로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겨룬다. 작금 유럽 축구의 헤게모니를 나눠 갖고 있는 명문 클럽 팀들이 유럽은 물론 미국과 호주, 그리고 중국 등에서 다발적으로 경기하는 셈이다. 이들 명문 클럽들은 왜, 무엇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경기하는 걸까?
 

2013년 ICC 초대 챔피언에 오른 레알 마드리드 (사진 = gettyimages/이매진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은 어떤 대회인가?
 
지난 6월 27일과 7월 11일 각각 막을 내린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2016과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16으로 허전해진 축구 팬들이 많을 듯하다.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프랑스와 미국에서 열린 축구 전쟁을 지켜본 재미가 쏠쏠했을 테니 당연하다. 그러나 그 허전함은 머잖아 또 다른 축구로 채워질 듯하니 ‘허전할 것 같다’는 걱정은 접어둬도 되겠다. 오는 7월 22일 시작해 8월 14일 끝나는 유럽 명문 축구 클럽들의 각축전, 2016 ICC가 한국 축구 팬들의 안방에도 친절하게 노크할 것이기 때문이다.
 
ICC는 2009년 시작한 월드 풋볼 챌린지가 모태다. 월드 풋볼 챌린지는 미국에서 유럽 명문 축구 클럽들의 경기를 열어 자국 내 축구 열기를 고취시키고, 나아가 메이저 리그 사커(MLS)에 포함된 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2009년 열린 첫 번째 대회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 밀란과 인터 밀란, 멕시코 프리메라 디비전에 속한 클럽 아메리카 등 총 네 팀이 참가했다. 네 팀이 풀리그를 치러 우승팀을 가렸고, 초대 대회 챔피언은 3전 전승을 기록한 첼시의 몫으로 돌아갔다.
 
2년 뒤인 2011년 열린 2회 대회에서는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네 팀만 참가했던 첫 대회와 달리 아홉 팀이 무대에 섰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세리에 A 최다 우승에 빛나는 유벤투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신흥 강호 맨체스터 시티 등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웬만한 국제 대회 버금가는 규모가 됐다. 또 미국 내 네 개 도시에서만 열렸던 첫 대회와는 달리 캐나다 벤쿠버에서도 경기가 열리는 등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풍만해진 덩치를 자랑했다.
 
주목할 만한 건 2회 대회 때 거둔 흥행이다. 2011년 대회는 정해진 대진표에 따라 팀 당 1~3경기씩을 치르는 독특한 일정으로 진행돼 총 열네 경기가 열렸는데, 총 입장 관중 수가 58만 3,764명에 이르는 흥행 대박을 냈다. 경기 당 평균 관중 수로 따지면 4만 1,697명으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못잖았다. 참고로 최근 막을 내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16 평균 관중 수가 4만 7,594명이었으니, ‘유럽만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흥행을 누렸다 할 수 있겠다.
 

ICC를 계획하고 키우고 있는 미국인 스테펜 로스 회장 (사진 = gettyimages/이매진스)

 
2회 대회 이후 1년 만에 열린 2012 월드 풋볼 챌린지에서도 비슷한 흥행을 거뒀다. 미국에서 유럽 명문 축구 클럽에 대한 흥행 가능성이 거푸 확인된 셈이다. 백만장자이자 미식축구(NFL) 팀 마이애미 돌핀스를 갖고 있던 스테펜 로스 회장과 역시 NFL에 속한 뉴욕 제츠에서 일했던 맷 히긴스 전 단장은 유럽 클럽 축구에 대한 미국인의 열광적 모습을 보고 새로운 대회 창설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축구와는 담을 쌓은 줄 알았던 미국인들이 유럽 클럽 축구의 높은 수준과 세계적 스타플레이어에 열광하는 사실을 확인한 뒤, 월드 풋볼 챌린지를 더 큰 규모로 확대하고 발전시키고자 한 것이다.
 
ICC는 그렇게 미국 내 스포츠 재벌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창설된 대회다. 2013년 첫 대회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등 총 여덟 개 팀이 참가해 미국과 스페인에서 분산 개최됐다. 2014년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이탈리아 세리에 A AS 로마 등이 참가하며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렸다. 첫 대회에서는 평균 관중 4만 1,048명이 입장해 흥행에 성공했고, 두 번째 대회에서는 경기 당 평균 5만 명(4만 9,9395명)에 육박하는 구름 관중이 모여 대박을 터트렸다.
 
그렇게 발전 일로를 걷던 ICC는 2015년 세 번째 대회를 앞두고 큰 변화를 선언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아메리카 대륙 일부와 유럽에서 열리던 대회 개최지를 전 세계로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대회에는 총 열다섯 개 팀이 참가해 가장 많은 클럽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대회가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호주와 중국에서도 개최돼 세계 곳곳에서 ICC가 열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같은 기간에 치러지는 같은 대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건 ICC가 처음이었다. 여러 지역에서 대회가 나뉘어 열리는 탓에 통합 챔피언을 가릴 수는 없었다. 대신 북미 & 유럽 지역, 호주 지역, 중국 지역 등에서 각각의 챔피언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적용해 신선함까지 불러 일으켰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팽창하던 ICC는 네 번째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올해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특히 올해는 그간 ICC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까지 참가하면서 수준을 더욱 높였다. 먼저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호주 A리그 대표 클럽 멜버른 빅토리를 비롯해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벤투스(이탈리아 세리에 A),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참가한다. 중국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형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분데스리가)가 경기를 펼치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내로라는 유럽 명문 클럽들이 자존심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친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못잖은 화려한 경기들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셈이다.
 

 
미국이 만들고 유럽이 호응한 이유
 
그렇다면 미국은 왜 ICC를 만들었을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은 여전히 축구와는 거리가 있는 나라다. 그런 미국이 왜 매년 개최하는 국제 클럽 축구 대회를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미국이 만들고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왜 유럽 명문 클럽들이 앞 다퉈 참가를 희망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내 축구 열기 고취와 MLS 소속 클럽 팀들의 경쟁력 강화라는 원초적 목적이 있으면서도, 왜 아시아의 중국과 오세아니아의 호주에서도 대회가 열리는지도 궁금하다. 왜 일까? 이 많고도 다양한 물음에 대한 답은 오직 한 가지다. 바로 ‘돈’이다. 미국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입각해 ICC를 만들었고, 유럽 빅 클럽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ICC에 참가하고 있다.
 
먼저 “왜 미국이냐”라는 물음부터 답한다. 대답에 앞서 지난 2014년 8월 3일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앤 아버에서 열린 제2회 ICC 대회 마지막 경기부터 소개한다. 2014년 열린 ICC에는 평균 4만 9,395명이 입장했다. 열세 경기를 치르며 입장한 총 관중 수는 무려 64만 2,134명이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총 관중 수는 53만 2,816명이었다. 마지막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간 대결로 펼쳐졌는데, 이 경기에 무려 10만 9,318명이 입장하며 대회 최초로 60만 관중을 돌파하게 됐다. 10만 9,318명은 이전까지 미국에서 열린 단일 축구 경기 최다 관중 입장 기록 10만 1,799명(1984 LA 올림픽)을 뛰어 넘는 새로운 역사였다.
 
최근 미국 내 축구 인기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한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 자체도 높지만,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는 MLS 평균 관중 수의 상승, 그에 편승한 팀 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2007년 열세 개에 불과했던 MLS 팀 수는 2016년 현재 스무 개나 된다. 데이비드 베컴으로 대표되는 스타플레이어들의 미국행 러시도 축구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요컨대 지금 미국 축구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 탓에 여러 형태의 공급이 진행되고 있는 블루칩이다. 돈이 되는 일을 찾아 돈이 되도록 만드는 데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ICC가 왜 유럽이나 남미 사람들이 아닌 미국인들의 주도로 미국에서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2015 ICC 당시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밀라노 더비’ 장면 (사진 = gettyimages/이매진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미국인을 위해 미국에서 창설한 ICC가 중국과 호주까지 뻗치는 이유는 뭘까? 미국 내 축구 열기 고취와 MLS 소속 클럽 팀들의 경쟁력 강화가 주된 목적이라면 미국, 혹은 유럽에서 대회를 열고 경기를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중국과 호주에서도 경기가 열리고 있다. 심지어 향후엔 더 많은 국가에서 대회가 열릴 수도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러피언 리그가 휴지기일 때,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빅 클럽들이 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에 버금가는 경기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ICC는 왜 세계로 뻗어나가려 하는 걸까? 여기엔 ICC를 가능케 하는 주체, 즉 유럽 빅 클럽들의 야망이 숨어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욕구다.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유럽 정상급 클럽 팀들에 유럽 무대는 비좁다. 시장이란 관점에서 그렇다.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유럽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길 바라는 것도 무리고, 그간 워낙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끌어 모았기에 새로운 자금 획득 루트를 마련하는 일도 마뜩찮다. 무엇보다 새로운 팬을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유럽인이 ‘내 팀’ 하나쯤은 갖고 있고, 더군다나 빅 클럽들은 유럽 내에선 팽창을 기대하기 힘을 만큼 꽉 찬 상태다.
 
그러나 다른 대륙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성장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인 미국은 물론, 13억 인구의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 대륙이나 호주로 대표되는 오세아니아 대륙은 아직 유럽 빅 클럽들이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 아니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시장 개척과 발전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있고, 각 국가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도 실시할 수 있다. 만약 북미나 아시아에서 유럽 축구 시장의 절반 규모만 만들어도 빅 클럽들에게는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된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 외, 팽창할 대로 팽창한 기존 시장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 내에서 터질 듯 비좁은 시장을 미국이나 중국 등 세계 곳곳으로 흩어 놓는 것이다. 일례로 리버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리바이스 스타디움과 로즈볼에서 2016 ICC 두 경기를 치르는데,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여름휴가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내고 경기도 관전하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클럽들도 자신들이 ICC를 치르는 나라에 방문할 것을 권유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나라 밖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요컨대 ICC는 새로운 대회 창설로 돈을 벌려는 미국인과, 비좁은 유럽을 떠나 다른 대륙에 클럽 축구 시장을 개척하려는 유럽인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대회라 할 수 있겠다.
 

 
ICC의 폭발적 성장, 언제까지 지속될까?
 
불과 4년, 모태인 월드 풋볼 챌린지까지 더해도 햇수로 8년에 불과한 짧은 역사를 지닌 ICC의 발전 가능성은 현재로선 ‘무한대’다. 북미에서 시작한 무대를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로 늘렸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 A 클럽들만 참가하던 초창기에서 탈피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참가 클럽들의 면면도 진화했다. 프랑스 리그 1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돈이 되는 대회를 만들려는 미국인들과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유럽 빅 클럽들의 목표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당분간은 위축이나 축소되지 않고 큰 걸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걸림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클럽 축구를 포함해 전 세계 축구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FIFA와 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UEFA의 싸늘한 시선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미 ICC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과거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클럽들의 친선 경기가 대회란 이름 아래 조직돼 오프 시즌에 열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돈으로 만든 대회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핀잔을 쏟아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사하다는 인판티노 주장에 큰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FIFA가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FIFA로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벗어난 특정 대회가 인기를 얻고 세를 확장하는 게 영 못 마땅하다.
 
UEFA도 다르지 않다. UEFA는 FIFA보다 좀 더 직접적 피해를 받을 수도 있어 긴장하고 있다. 유럽 빅 클럽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경기하는 게 흡사 UEFA 챔피언스리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UEFA 챔피언스리그엔 종종 KKA 헨트(벨기에)나 아스타나(카자흐스탄)처럼 빅 클럽이나 명문 클럽과는 거리가 먼 팀이 참가해 수준을 떨어트린다. 그런데 ICC는 유럽 빅 리그 중에서도 검증된 강팀만 초청하는 형식이라 화려하면서도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ICC가 새로운 UEFA 챔피언스리그 시즌이 시작되기 전 먼저 열린다면, UEFA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기대감과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UEFA가 한때 몇몇 빅 클럽들에 의해 추진된 ‘유러피언 슈퍼리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있다. 각 리그에서 상위권에 포진하지 못하는 클럽 팀들이나, 아스널(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이미 오프 시즌에 친선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클럽 팀들의 반발이다. 주지했듯 ICC는 각 리그에서 챔피언에 오른, 혹은 챔피언에 버금가는 성적을 거둔 강팀들을 초청하는 대회다. 대회 이름에 ‘챔피언스’라는 문구가 삽입된 이유다. 그래서 ICC에 초청받으려면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각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 1순위다. 2016년 대회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레스터 시티(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기적과 같은 우승을 쓰지 않으면, ICC 무대를 밟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승 도전이 힘든 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매 시즌이 개막하기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ICC로 말미암아 리그 내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진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4 IC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전이 열린 미시간 스타디움에 들어 찬 10만 9,318명의 대관중 (사진 = gettyimages/이매진스)

 
아스널은 또 다른 이유로 ICC에 참가하지 않는다. 아스널은 이미 매해 오프 시즌 때 ‘에미레이츠컵’이란 친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7년 처음 시작된 에미레이츠컵은 유럽 명문 클럽 세 팀에 아스널까지 총 네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대표적 오프 시즌 대회다. 첫 대회가 열린 2007년엔 파리 생제르맹과 인터 밀란 등이 참가했고, 2008년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등이 함께하며 대회의 품격을 높였다. 그러나 월드 풋볼 챌린지가 탄생한 2009년부터 참가 팀의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ICC가 출범한 후에는 2류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2015년 열린 에미레이츠컵에 출전한 팀들은 비야레알(스페인 프리메라리가)과 VfL 볼프스부르크(독일 분데스리가), 그리고 올랭피크 리용(프랑스 리그 1)이었다. ICC로 말미암아 초청할 수 있는 클럽의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아스널로서는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이렇게 ICC를 향한 반발 여론은 만만치 않다. 특히 그 어떤 세력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던 FIFA와 UEFA의 마뜩찮은 시선은 ICC가 더 큰 대회로 팽창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물론 ICC가 홀로서려는 욕심을 버리고 과거 피스컵처럼 FIFA 산하 대회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태로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회를 창설한 스테판 로스 회장이 대회가 오프 시즌에 열리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테판 로스 회장은 빅 클럽 수뇌부들을 직접 만나며 대회 참가를 설득하고 있고, 꽤 탄탄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하여 당분간은 FIFA나 UEFA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점진적 팽창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이하는 ICC의 성장 속도는 대단히 놀랍다. 참가 클럽 팀들의 면면도 놀랍고, 미국에서 시작한 대회를 단숨에 세계로 퍼트린 것도 놀랍다. 심지어 ICC에 참가하는 클럽 팀도 없고 대회가 열리지도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구매해 안방으로 경기를 라이브로 송출할 정도니 말 다했다. 어쩌면 몇 년 후엔 유러피언 리그가 끝난 뒤 시작하는 ICC를 더 기다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나 만들어질 법한 빅 매치를 매일매일 감상할 수 있으니 축구 팬 처지에서는 나쁠 게 없다. 맨체스터 시민보다 베이징 시민이 더 먼저 모리뉴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첫 맨체스터 더비를 현장에서 관전할 수 있는 ICC, 당분간 그 위상과 규모는 멈춤 없이 팽창할 것이다.


<2016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중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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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네이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