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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설계 전문가 정성훈

youngsports 2014. 5. 23. 16:15


“한국 경기장은 경기 끝나면 조형물로 전락”
ㆍ경기장 설계 전문가 정성훈

한국 스포츠 경기장은 조형물일까, 건축물일까. 조형물이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것이라면, 건축물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미국에서 스포츠경기장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로세티’ 정성훈 이사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기장을 보면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경기장은 외딴 곳에 지어진 게 대부분이다. 땅값 등 건축비는 절감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차단된다. 정 이사는 “경기 시간에만 사람이 모일 뿐 그 외에는 조형물로 전락해 있다”면서 “경기장은 스포츠를 위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김정근 기자


▲ “땅값 아끼려 외딴곳에 건설
지역사회와 소통 잘 안돼
기존 시설물 활용 고민해야”


로세티는 미국에서 40년 넘게 경기장을 설계해 온 전문회사다. 축구 LA 갤럭시(스터브허브 센터)·뉴욕 레드불스(레드불 아레나)·필라델피아(PPL 파크)의 홈구장,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프로풋볼 디트로이트 홈구장(포드 필드), 프로농구 디트로이트 홈구장(팰리스 오브 오건 힐) 등을 설계하거나 구조를 변경했다. 정 이사는 “구단마다, 종목마다, 지역마다, 용도마다 경기장은 모두 다르게 설계됐다”면서 “그러나 모든 경기장이 미래를 향한 비전과 그걸 실행하는 실질적인 전략에 맞춰 설계된 것은 똑같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Sports Anchored Development·SAD)을 강조했다. 정 이사는 “스포츠가 닻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로 인해 지역이 발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장은 반대다. 외진 곳에 경기장을 짓고 경기가 열리는 날만 활용한다. 또 그 지역이 도시화되면 경기장을 부수고 사람이 없는 곳에 또 다른 경기장을 짓는다. 정 이사는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기존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장 중 로세티가 설계한 대표적인 곳이 인천축구전용구장이다. 주상복합 아파트, 단독주택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자리 잡은 이 경기장의 바로 옆에는 전철역이 있다. 또 골대 뒤편 한쪽이 뚫려 있어 밖에서 안을,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다. 문 하나만 거치면 경기장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다. 팬들이 어디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상단좌석과 하단좌석 사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로세티가 설계한 인천축구전용구장(위쪽 사진)과 MLS 필라델피아 유니언 홈구장 PPL파크. 인천구장은 아파트·주택 ·전철역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 로세티닷컴 제공



정 이사는 “한쪽을 뚫은 것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미”라며 “출입이 간편하고 경기장 내 이동이 원활하게 만든 구조”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지선정 등 설계 초기부터 스포츠 경기장 설계 전문회사가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지금처럼 누가 어떻게 경기장을 쓸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를 모르는 건설업체가 비전과 전략 없이 외진 곳에 경기장을 짓는 관례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경기장 설계와 구조변경의 최신 흐름도 소개했다. 그는 “선수들과 접촉하고 소통하기 위해 요즘 스카이 박스는 그라운드 레벨로 내려온다”면서 “또 경기장 곳곳에 클럽, 상점, 연회장을 만드는 등 경기가 없어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도 외관이 훌륭한 경기장을 짓는 것보다는 팬들이 일찍 와서 늦게까지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쪽으로 경기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